부정상

서울굿에서 부정을 물리기 위해 차리는 상.
정의
서울굿에서 부정을 물리기 위해 차리는 상.
글쓴이
김헌선
정의서울굿에서 부정을 물리기 위해 차리는 상.
내용굿판에 부정이 있어서 신을 청배하기에 앞서 부정을 일일이 예거하고 물리는 의례를 행한다. 이 부정을 물리는 일을 처음에 하면서 이때 차리는 상을 부정상이라고 한다. 부정은 부정칭의 막연한 신이다. 이 신격을 위해서도 굿상을 차린다고 하는 것은 무속의 특별한 관념을 대변한다.

부정상은 흔히 굿상을 차리고 난 뒤 문 밖을 향해 차린다. 팥떡, 웃기, 수파련, 삼색실과 한 조각씩, 나물(신금추ㆍ고사리ㆍ도라지ㆍ콩나물), 북어, 술 세 잔, 청수 한 그릇, 메 세 그릇, 소지종이 등을 갖추어서 주로 놓는다. 부정상의 곁에는 부정을 물리는 핵심적인 것으로 맑은 물과 [잿물](/topic/잿물)이 놓인다. 잿물은 전통적으로 바[가지](/topic/가지)에다 [아궁이](/topic/아궁이)의 잿가루를 담고 여기에 고춧가루와 소금 등을 곁들인다.

부정상은 두 가지 상반된 관념으로 구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는 굿상의 일반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굿판에 참여한 모든 것에게 음식으로 일단의 공궤를 하는 특징을 볼 수 있다. 아[무리](/topic/무리) 하찮은 존재라 해도 이 존재를 위해서 약간의 음식과 주과를 베푸는 것은 기본적인 사고의 표현이다.

이 잡귀와 잡신은 굿판에 참여했어도 온전한 구실을 하는 신이 아니라 부정적인 구실을 하는 신격이다. 이 신격들은 맑은 신이나 위계가 높은 신을 모시는 데 있어서는 안될 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신격들이 배척의 대상이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 잡신을 물리는 데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구축의 성격을 띠는 것이 바로 맑은 물, 소지종이, 잿물, 소금 등이다.

부정물림에서 핵심은 불과 물이다. 불은 부정한 것을 태워서 없애는 기능을 함으로써 일정한 정화 기능을 수행한다. 물 역시 정화 기능을 한다. 불을 태워서 재를 내고, 이 잿물을 섞어서 부정을 물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소금은 정화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지만 어떤 대상의 부패를 막는다. 이 소금이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된다.

전라도굿에서 굿의 서두를 시작하는 장소는 [부엌](/topic/부엌)이다. 부엌에서 이른바 조왕반을 하게 된다. 조왕반은 서울굿의 부정상에 부정물림에 사용되는 도구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 조왕반은 아궁이 신을 위해 바치는 의례이다. 부엌은 정화의 핵심적인 면모를 과시하는 곳이다.

부엌은 자연과 문화가 서로 상충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은 여성들이 음식을 만드는 곳이면서 아궁이로 구들을 통해 [온돌](/topic/온돌)을 달구는 곳이다. 인간의 먹을거리와 집을 일구는 기본적인 공간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문화적 창조의 공간이자 여성이 주된 구실을 하는 공간이다.

이 공간에서 필수적으로 자연적인 것을 가공해 문화적으로 바꾸는 기능을 하는 것이 곧 불과 물이다. 불과 물을 통해 구현하는 기본적인 원리를 생각하면 조왕반으로 굿을 시작하는 일이 이해된다. 부정상에 놓인 부정물림의 기능을 하는 것이 단순하게 한 지역의 사례는 아니고, 게다가 임의적 방식은 아니다.

부정상은 굿거리의 초입을 장식하는 굿거리에 쓰이는 굿상이다. 부정신을 청배해 부정을 물리는 데 있어 평복을 입은 [만신](/topic/만신)이 부정청배를 한 뒤에 물과 불을 사용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부정상이다. 한국무속의 보편적인 신관념을 이해하는 단서이므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참고문헌한국의 무 (조흥윤, 정음사, 1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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